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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슈퍼커브
폭염 39℃ 그리고 48시간
글: 조의상 기자, 사진: 김민주 기자    입력 2018-08-07 10:47:48    수정 2018-08-07 10:47:48
TAG : 혼다, 폭염, 슈퍼커브, 모터사이클, 언더본, 투어, 멀티 플레이어, 39도
실수였다. 건방지게 폭염 속에 몸을 내던졌다. 5분만 움직여도 건조가 덜된 빨랫감을 입은 것처럼 옷이 젖었다. 몸에서는 소금 쩐내가 났다. 500ml 생수는 시간마다 들이마신 후 빈 병으로 만들기 일쑤였다. 슈퍼커브와 함께한 폭염 속 1박2일은 고됐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옛말, 요즘 같은 날씨에는 조금 아니다 싶다. 

물론 자의에 의해 호기롭게 시작한 테스트였다. 우수한 내구성으로 정평 있는 혼다의 슈퍼커브가 새롭게 출시되었다길래, 흔한 시승기가 아닌 뭔가 ‘다른’ 시승기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연일 폭염 경보가 발령되는 39도를 육박하는 날씨에 48시간 동안 시동을 끄지 않고 달려 보기로 했다. 


 


슈퍼커브, 그 위대함을 맛보다
힘들었다. 그야말로 날씨가 미쳤다. 1박 2일중, 최고기온은 39도를 기록했다. 수 십 년 만에 최고 온도를 연일 기록하는 폭염 속에 슈퍼커브를 탔다. 그것도 20kg에 육박하는 캠핑용 짐을 싸서 400km 이상의 코스로 일정을 잡았으며, 경로 중간중간에는 슈퍼커브를 테스트한답시고 다소 무모한 설정을 넣었다. 

마음 한 편으로는 말로만 듣고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슈퍼 커브의 내구성에 도전해 보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쭉 뻗은 국도 중심으로 회전수를 최고로 유지하면서 엔진에 최대의 부하를 주는 구간을 설정하고, 슈퍼커브와는 어울리지 않는 임도 주행을 감행하고, 더더군다나 어울리지 않는 작은 개천을 넘어가는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60년의 역사, 누적 생산대수 1억대 돌파, 오리지널 커브의 위대함을 몸소 확인하기 위해서다. 슈퍼커브는 세계 각국에 터를 잡은 기종으로, 배달, 출퇴근, 레저, 투어 등 마음만 먹으면 라이더가 원하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활용할 수 있는 진정한 멀티 플레이어다. 너무나도 유명해 굳이 체험하지 않더라도 슈퍼커브의 우수성을 알 수 있었지만, 백문이 불여일’타’ 아니겠나. 

게다가 2018년형 슈퍼커브는 디자인도 빼어나다. 1958년에 처음 등장한 초기형의 디자인에 더욱 가까워져 세련되면서도 클래식하다. 시대에 적합하게 개량을 거쳐온 만큼 구현할 수 있는 차체 내에서의 편의설정이야 말할 것도 없으며, 국내사양 전용버전이기에 보다 토착화된 모습을 갖췄다. 특히 디자인이 우수해 이전 세대의 슈퍼커브와 달리 승용의 이미지로써도 손색이 없다. 이미 그 인기는 판매량이 증명하고 있다. 





차체와 섀시 등은 사실상 볼 것도 없다. 이미 완성형으로 굳어진 초기형의 설계바탕이 그대로 깔려 있기 때문이다. 언더본 프레임, 자동원심클러치, 전/후륜 17인치 휠 등 어느 것 하나 빈틈 없이 꼭 들어맞는 퍼즐에 무엇을 더하겠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능을 보완하는 업그레이드만 수렴할 뿐, 지난 60년 동안 세계에서 입증한 기계적 완성도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 누구에게나 가장 쉬운 모터사이클이 바로 슈퍼커브다. 그저 짐을 싣고 시동을 켜고 달리기만 하면 그만인 것. 고로 이번 테스트도 어렵지 않게 추진했다. 시동을 걸고 직접 달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폭염에 뛰어든 무모함의 대가
객기였다. 알람 시계보다 시끄러운 소리로 야외활동 자제를 알리는 폭염경보 문자는 괜히 날라오는 것이 아니었다. 새벽부터 슈퍼커브에 짐을 실었지만, 얼마 되지 않아 땀이 나고 숨이 찼다. 상쾌한 아침은 잊은 지 오래다. 최대한 빨리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첫 번째 목적지, 아니 정확히는 첫 번째 휴식지점을 향해 스로틀 그립을 비틀었다.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은 직장인들처럼, 출발하자마자 복귀하고 싶었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사무실에서 나올 때부터 복귀하고 싶었다. 



역대급 폭염으로 치닫는 날씨는 생각보다 빨리 라이더를 지치게 했다. 헬멧 안에서는 육두문자가 밧줄을 꽈도 될 만큼 이어져 나왔고, 여름 전용 라이딩기어의 기능성마저 의심하는 순간까지 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20kg에 육박하는 짐을 실었기에 스로틀 그립을 아무리 쥐어짜도 최고속도는 80km/h를 간신히 넘겼다. 하지만 문제되지는 않는다. 교통흐름이 빠른 국도에서는 하위차선으로 달리면 그만이다. 잠깐 갓길에 정차, 물 마시고 다시 출발. 

마시는 것으로도 모자라 물 속에 빠지고 싶은 심정으로 강가로 향했다. 그러나 강물도 뜨뜻미지근했다. 꽤나 큰 돌덩이와 자갈밭을 간신히 헤집고 도착했으나 시원하기는커녕 온탕 같았다. 오히려 돌멩이와 자갈 사이에 바퀴가 빠졌고, 빼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느라 진을 더 뺐다. 기껏해야 100m도 되지 않는 험로를 탈출하는데 걸린 시간은 5분 정도였을까. 역시 험로에서의 체력소모는 곱절이 된다. 이윽고 탈출 후 또 다시 휴식. 



그러나 뻥 뚫린 도로를 달려도 힘든 건 매한가지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스팔트의 열기는 더욱 심해졌고, 휴식 시간도 잦아졌다. 주행풍의 상쾌함은 온데간데 없고, 숨은 턱턱 막혔다. 신선한 공기 좀 마셔보겠다고 쉴드를 개방하면 뜨거운 주행풍이 얼굴을 때렸고, 쉴드를 내리면 헬멧 안은 땀과 열기가 사이 좋게 뒤엉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퍼커브는 기운이 넘친다. 매 기어 단수마다 엔진의 한계 회전수까지 사용하며 기를 쓰고 스로틀 그립을 비틀어대도 한결 같은 성능으로 답했다. 사실 폭염 속에서 나만 뻗기는 싫었다. 내심 슈퍼커브가 퍼지길 바라며 시동을 계속 켜놨다. 어차피 슈퍼커브는 사이드스탠드를 펼쳐놔도 시동이 꺼지지 않아 정차 후 휴식 중에도 계속 가동할 수 있다. 게다가 공랭식 엔진이니, 주행풍 없이 제자리에서 성실하게 일하다가는 망가지기도 유리하다. 사실 테스트를 가장하긴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이 녀석이 ‘뻗어야’, 이 지옥 같은 상황에서 타의로 벗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슈퍼커브는 여전히 쌩쌩했다. 





온도계도 한결같이 35도를 웃돌았다. 그나마 나무가 우거진 고갯길로 들어오니 그늘이라도 생겨서 한시름 놨다. 계곡도 물이 조금 시원했다. 건너가기 위해 필연적으로 지나야 하는 물가에서 간만에 공랭식 엔진을 적셨다. 내 몸도 시원해질 줄 알았건만, 느낌만 그럴 뿐이다. 물 아래의 돌멩이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 애쓰기 바빴고, 바퀴가 틈에 걸려 조향이 틀어지거나 발을 잘못 디뎌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반면 슈퍼커브는 잘도 헤쳐나갔다. 나는 힘들었고, 엔진만 식혀주는 슈퍼커브 좋은 일만 했다. 





임도 역시 거뜬히 주파했다. 전/후륜 17인치 휠은 울퉁불퉁한 노면을 잘도 타고 넘었다. 또한 무게중심이 낮고 무게가 가벼워 컨트롤이 수월했다. 자동원심클러치라 시동이 꺼질 염려도 없고, 경사가 조금 높은 곳도 무리 없이 올랐다. 9마력의 최고출력과 0.9kg*m의 최대토크는 그야말로 어디든 돌파할 수 있을 만큼 충분했다. 둔턱과 요철에 차체 하부를 벅벅 긁으며 비포장길을 오르는 맛이 쏠쏠하다. 휴식과 수분섭취의 무한 반복. 결국 밤이 되도 가시지 않은 더위를 끌어안고 잠들 수 밖에 없었다. 








실수 그리고 깨달음
정말 살인적인 더위다. 슈퍼커브를 타려다가 햇빛에 타 들어갈 지경이다. 바닥에 주저앉아 쉬려 해도 엉덩이가 뜨거워 자리를 골라잡아야 했고, 이미 기름값보다 생수 값이 더 들어갔다. 라이딩기어는 진작에 벗어 던지고 싶었다. 온도계는 37도를 넘었다. 더위에 지치니 기운이 빠졌고, 기운이 빠지니 집중력도 떨어졌다. 당연히 라이딩도 설렁설렁, 머릿속에는 온통 집에 가서 샤워하고 에어컨을 쐬면서 맥주 한 캔 마시고픈 생각밖에 없었다. 



방심했다. 속도는 겨우 30km/h 남짓했을까. 진흙탕을 지날 때 스로틀 그립을 생각 없이 비틀다가 미끄러져 넘어졌다. 다행히 풀숲으로 나뒹굴어 다치지는 않았다. 슈퍼커브도 카울에 살짝 스크래치가 생긴 것 외에는 탈 없었다. 다치지 않아 다행이고, 망가지지 않아 다행이지만, 결국 또 달려야 했다. 



한참을 달리고 달려 바다가 보이는 강화도에 도착. 어느덧 온도계는 39도를 넘어섰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오히려 40도를 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또 다시 휴식과 수분섭취. 물로 배를 채우니 밥 생각도 없다. 재킷 안감과 피부는 땀에 절어 달라 붙느라 정신 없고, 발바닥은 아스팔트의 열기에 후끈후끈하며, 땀에 절은 냄새만 코밑에 맴돈다. 





예상했다. 슈퍼커브는 여전히 생기 넘쳤다. 작지만 고동 넘치는 배기음도 그대로였고, 어느 것 하나 문제 일으킨 것도 없었다. 공랭식 엔진의 약점인 주행풍 없이 장시간 가동시키는 행위를 저질렀음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주유를 위해 단 여섯 번만 키를 오프(OFF)로 돌렸으니, 1박2일 중 기껏해야 10분 남짓한 시간에만 슈퍼커브의 엔진을 잠재웠다. 무더위 속에서 괴롭히고 넘어뜨리고 방치했었지만, 한결같이 기특했다. 

반면, 더위에 지친 나는 틈만 나면 길바닥에 널브러지며 찌푸린 인상으로 온갖 불평과 짜증을 표출했다. 그러나 편안한 라이딩 포지션, 자동원심클러치의 편리함, 낮은 무게중심과 시트 높이로 인한 조작의 수월함 등이 가혹하게 장거리 라이딩을 했음에도 불편함을 주지 않았다. 





슈퍼커브의 진가를 확인하기 위해 시작한 폭염 속 라이딩은 결국 슈퍼커브 덕분에 무사했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설정으로 쉽고 가뿐하지만, 어느 곳 하나 손댈 곳 없는 뛰어난 완성도가 멀티 플레이어로 완성했다. 더위에 진절머리가 났을 뿐, 라이딩 자체의 피로는 없었던 이유다.

실수였다. 그리고 후회했다. 슈퍼커브는 굳이 테스트하지 않아도 됐다. 이미 검증된 모터사이클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두 번 다시는 폭염에 이런 짓을 하지 않아야겠다는 것. 39도의 폭염 속 48시간 동안 헬멧 안에서 가장 많이 내뱉은 말은, 기사에 적을 수 없는 단어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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