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HOEI MUTI-TEC
시스템 헬멧의 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시스템 헬멧의 기본적인 장점이외의 혁신적인 기능이 추가된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디자인, 안전성, 품질을 중시하는 일본의 헬멧 전문 브랜드인 쇼에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력성능을 중시한 디자인
MULTI-TEC(이하, 멀티텍)은 쇼에이의 시스템 헬멧으로 기존의 싱크로텍에 이은 후속모델이다. 하지만 외형을 살펴봐도 전작의 특성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전혀 다른 헬멧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멀티텍의 정면부
정면의 과감한 외부쉘 형상은 일반적인 시스템 헬멧과는 확연히 구분될 정도의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만큼 멀티텍의 정면은 보는 각도에 따라 디자인의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릴 것이다.
전체적인 외부 쉘 형상은 공기 저항을 고려한 에어로 다이내믹 디자인이 적용됐다. 측면은 자사의 풀페이스 헬멧과 비슷할 정도의 유선형 라인을 자랑한다. 후면 디자인은 자사의 풀페이스 헬멧인 Z-6를 연상시킬 정도로 콤팩트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풍동 테스트를 거친 에어로 다이내믹 디자인
이와같은 라인은 고속에서도 효율적으로 공기를 정류시키기 위해 풍동 테스트를 거친 결과이다. 때문에 멀티텍은 겉으로 보는 것과는 달리, 착용한 상태에서 공기를 가를 것과 같은 날렵한 면모를 뿜어낸다.
실제로 멀티텍은 시속 100km의 상태에서 이전 모델인 싱크로텍에 비해 양력(LIFT, 공기저항에 의해 물체의 아래서 위로 작용하는 힘)을 40% 수준으로 감소시켰다.

▲턱이 열려도 무게중심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장거리 투어링에 초점을 둔 시스템 헬멧이라면 간과해선 안 되는 부분이 바로 헬멧의 ‘무게중심’이다. 저가의 헬멧은 주로 턱 부분을 올리는 순간, 주행풍의 영향으로 무게중심 축이 변하게 된다. 이 때 헬멧 무게를 지탱하는 목과 어깨 부위의 근육에 무리가 생겨 충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멀티텍은 수십 년간 시스템 헬멧을 개발한 자사의 노하우를 투입해, 주행 중 풍압의 영향을 최대한 억제하며 무게 중심 축을 유지한다.
풀페이스와 동일한 기준1,480g의 중량은 경쟁 브랜드의 시스템 헬멧과 비교해 가벼운 편에 속한다. 싱크로텍(1,730g)에 비해 250g이나 가벼워, 일반적인 풀페이스 헬멧과 비슷한 수준이다. 경량화의 가장 큰 요인은 자사의 플래그십 모델인 X-12에도 적용한, 가볍고 높은 강성을 겸비한 유기 유리섬유와 다중 섬유층 구조로 제작된 쉘을 꼽을 수 있다.

▲풀페이스 헬멧 대비 83% 수준의 보호성능을 갖춘 멀티텍의 턱 부위
멀티텍의 안전성은 일반 시스템 헬멧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영국의 대표적인 헬멧 테스트 기관인 ‘SHARP’에 따르면 멀티텍의 턱 보호성능은 풀페이스 헬멧의 83% 수준이다. 이는 턱 부분이 취약한 시스템 헬멧의 구조적 한계를 상회하는 수치로 안전성면에서 풀페이스 헬멧에 근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멀티텍은 유럽의 헬멧안전 규격인 ECE R22/05라는 풀페이스 헬멧의 기본 안전기준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는 보호성능을 갖췄다.
쉘 옆면에 고정된 금속 핀 전체를 턱 안쪽에 부착된 고리가 360° 형태로 완벽하게 물고 있는 구조다. 이로 인해 사고나 전도에 의한 갑작스러운 충격에도 턱이 쉘 본체와 분리되지 않도록 잠금장치에 심혈을 기울였다.
턱 중앙에 원터치 방식의 잠금/해제 버튼은 글러브를 낀 채로 누르기 쉽게 반원 형태로 제작돼 원활하게 턱 부분을 올리고 내릴 수 있다. 이 때 헬멧 본체와 연결하는 회전축은 부드럽게 작동되며, 정확히 잠겼을 때는 금속음이 울려 잠금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싱크로텍보다 확장된 에어 벤틸레이션 구조
이 밖에도 멀티텍의 에어 벤틸레이션 시스템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실드 위에 위치한 정면의 벤틸레이션은 총 3개의 공기 흡입구가 있으며, 흡기 면적이 기존 모델보다 60% 증가해 헬멧 내부로 한꺼번에 많은 양의 공기를 유입한다. 이때 내부로 유입된 시원한 공기는 이중 구조의 EPS(충격 흡수제)를 통해 후두부까지 빠르게 전달된다.

▲스포일러와 일체형의 배기구
이 때 헬멧 뒷면에 스포일러와 일체식으로 장착된 벤틸레이션을 개방하면, 두 개의 배출구를 포함에 하단의 뒷목을 감싸는 내피를 통해 공기가 빠져나가, 쾌적한 환기 시스템을 자랑한다.
실드 아래의 벤틸레이션 역시 전작에 비해 보다 효율적으로 공기를 유입할 수 있는 형태로 변경돼, 내부 환기구를 통해 실드 안쪽의 김서림을 방지한다. 또한 멀티텍의 벤틸레이션 개폐 버튼들은 글러브를 착용한 상태로도 쉽게 조작할 수 있다.
장시간 착용해도 편안하다
멀티텍의 착용감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동양인의 두상에 맞게 머리 깊숙이 여유있게 감싸지만, 풀 페이스 헬멧처럼 뺨 전체를 강하게 압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머리 모양에 정확히 맞춰 입체 가공된 내피로 확실하게 고정하는 피팅감을 제공한다. 게다가 피부와 맞닿는 내피 원단은 부드러운 촉감과 통기성을 고려해 메시 타입을 채용했다.

▲멀티텍의 내피구조
유니티카(UNTIKA)의 기능성 섬유소재인 하이그라(HYGRA)로 제작된 내피는 나일론 섬유와 비교해 속건성과 흡습성 기능이 2배 정도 높다. 때문에 땀이나 습기를 빠르게 흡수하고, 건조시켜 항상 쾌적한 내피 촉감을 자랑한다.
또한 내피는 안경을 착용할 수 있는 별도의 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테가 굵은 선글라스까지 무난히 소화해낸다.
멀티텍은 시스템 헬멧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풀페이스 헬멧에 버금가는 정숙성을 자랑한다. 보통의 시스템 헬멧은 턱 부분이 완전히 잠겼을 때, 쉘 부분과 맞닿는 회전축 사이에 약간의 틈새가 생기게 마련이다. 이 틈새는 저속에서는 별 문제가 없지만, 고속 주행에서는 풍절음과 함께 삐걱거리는 소리가 심하게 발생한다. 이런 상태로 장시간 달릴 경우, 주행 중의 피로는 극에 달하게 된다.
하지만 멀티텍은 회전축과 쉘 사이의 공간에 별도의 개스킷을 부착해 간격을 없앴다. 이 때문에 잠금 상태에서 쉘과 턱부분을 손으로 잡고 흔들어도 유격에 의한 미세한 움직임 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주행 시 안면이 닫힌 상태에서 턱 안쪽 부위와 맞닿는 쉘 표면에 굴곡을 더해 접합 부분을 최소화했다.

▲싱크로텍보다 헬멧 내부로 전달되는 소음을 감소시켰다
더불어 볼패드 바닥면을 확장해, 헬멧 내부로 전달되는 소음을 줄이는 노력을 추가했다. 그 결과, 이전 모델에 비해 평균 1.5데시벨(dB)이 감소한 93데시벨로, 헬멧 아래쪽에서 내부로 진입하는 기류와 소음을 효과적으로 줄였다.
멀티텍은 기존의 시스템 헬멧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물론 제품명처럼 다양한 기능들은 시스템 헬멧의 기본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멀티텍이라는 이름은 기능적 의미를 넘어, 풀페이스 헬멧의 영역까지 넘나드는 크로스 오버의 의미가 더 강하다.

▲쇼에이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D링 잠금방식
공기저항 최소화, 에어 벤틸레이션 기능 확장, 소음과 방풍 억제 등 멀티텍은 풀페이스 헬멧의 기준으로 시스템 헬멧의 가치를 재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