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을 덮는 부분을 짧게 줄인 숏 커프스 글러브(이하, 숏 글러브)는 일상적인 범주에서 많이 사용된다. 숏 글러브는 간편하게 착용할 수 있으면서, 필요한 수준의 조작성과 안전성을 갖추면 된다. 레이싱 전용 롱 글러브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장점도 있다.
문제는 일상적인 용도의 범주가 어느 정도냐 하는 것이다. 시속 60km 내외의 속도로 도심에서만 달리는 라이더도 있지만, 도심에서 빠른 속도를 내거나 외곽으로의 장거리 투어링을 즐기는 이들도 있다. 결국 일상적 사용의 범주는 라이더의 성향이 결정하는 것이지만, 안전을 고려했을 때 과함이 부족한 것보다 났다.
위대한 계보
2011년 신제품으로 출시된 다이네즈의 숏 글러브인 ‘4스트로크’는 그리 낯선 모습이 아니다. 다이네즈의 로고가 확연한 너클 프로텍터와 손 등 부분의 모습은 최상위급 글러브였던 ‘풀 메탈 레이서’와도 흡사하다.
풀 메탈 레이서가 본격적인 레이싱 글러브로 성공을 거둠과 동시에 보다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숏 타입의 글러브가 출시됐다. 글러브의 주요 부분에서 거의 같은 디자인으로 공개된 ‘피스톤(PISTON)’ 역시 높은 보호 성능과 특유의 디자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티타늄 너클 프로텍터를 사용한 ‘풀 메탈 레이서’나, 숏 글러브인 ‘피스톤’은 비교적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비해 4스트로크는 앞선 제품들이 갖고 있던 장점들은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격적 부담을 크게 줄였다.
레이시한 이미지는 손의 움직임을 제한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착용했을 때, 손의 움직임은 자유롭다. 부드러운 염소 가죽을 손바닥에 배치함과 동시에 강도가 우수한 소가죽을 함께 사용했다.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굽은 것을 미리 고려해 재단되었기에 움직임은 더욱 자연스럽다.
레버를 조작해야 하는 손가락들은 셔링으로 처리해 움직임의 범위를 넓혔지만, 새끼 손가락의 경우는 예외다. 다이네즈의 상위급 레이싱 글러브에 적용된 것과 같은 디스토션 콘트롤(Distortion Control) 프로텍터를 적용했으며 그 움직임의 범위도 최소화했다.
레이스를 비롯한 라이딩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손은 많은 부상을 입는다. 실제로 지난 2010년 모토GP 챔피언인 호르헤 로렌조는 경기 도중 큰 사고를 당해, 이 부위에 부상을 염려했지만 경미한 정도로 그쳐 다이네즈의 글러브의 보호 성능을 증명한 바 있다.
강인한 디자인으로 라이더의 마음을 유혹하다
4스트로크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역시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너클 프로텍터이다. 프로텍터의 외부를 스테인리스로 감싸고 내부에는 열강화 플라스틱 수지를 배치했다. 실질적인 보호 성능은 물론, 디자인적으로도 멋진 것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지 않을까.
너클 프로텍터와 손등으로 이어지는 프로텍터는 그 패턴을 분할해 보다 자유로운 움직임을 가능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립을 쥐었을 때는 너클 프로텍터가 당겨지면서, 손등 부분이 살짝 들뜨는 점은 아쉽다.
글러브는 프로텍터의 역할 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적극적인 컨트롤이 가능하고, 그것을 가장 실제와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4스트로크는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 손가락에 배치된 열강화 플라스틱 수지 프로텍터는 검지와 중지에는 각각 하나 씩 배치되었고, 약지에는 관절 부위마다 배치됐다. 조작성이 발휘되어야 하는 점을 잊지 않은 것이다.
손바닥 부위를 살펴보아도 그 가치는 적절하게 발휘된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는 마찰이 많은 것을 고려해 스웨이드 느낌의 가죽 소재가 덧대지고, 중지와 약지가 연결되는 부위로는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소재를 적용했다. 손날과 손목 부위의 프로텍터는 최대한의 움직임을 보장하면서도 부상의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손을 쥐었을 때, 땀이 많이 차는 부분에는 펀칭 처리로 통기성까지 고려했다. 이런 펀칭 가죽 소재는 엄지 손가락이 연결되는 부분부터 손목으로 이어지는 부위까지도 적용됐다. 물론 풀 메시 타입의 글러브와 같이 혹서기 전용의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봄, 여름, 가을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계획이라면 이쪽이 더욱 가치가 높을 수도 있겠다.
FOR STROKE WITH DAINESE
4스트로크라는 명칭을 들었을 때, 처음 떠오른 것은 2스트로크와 4스트로크와 같은 엔진의 행정 형식이다. 현재의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거의 대부분의 모터사이클이 4스트로크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4스트로크 글러브는 거의 모든 모터사이클에 적용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물론 4스트로크 글러브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모터사이클에 어울릴만한 제품이다. 하지만 높은 보호 성능과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 뛰어난 디자인과 다이네즈의 브랜드 파워까지 합쳐졌다. 단순히 여러 모터사이클에 적용 가능한 글러브 정도로 평가하기엔 아쉽다.
발음상으로 숫자를 단어 대신 사용하는 일은 최근에는 그리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런 방식으로 4스트로크란 이름을 다시 생각해보면, ‘For stroke.’ 즉, ‘스트로크를 위한’ 이란 의미로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트로크는 엔진의 움직임과도 관련이 있으며, 손을 이용한 타법(Hit), 붓을 사용한 획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결국, 행동과 그것으로 인한 움직임을 제어하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4스트로크 글러브는 ‘적극적인 조작을 위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다이네즈가 갖고 있는 브랜드 가치는 여전히 막강하다. 여기에 기존보다 더욱 현실적인 가격으로 라이더들에게 가까워진 점은 2011년 모터사이클 라이딩 기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디자인과 브랜드 가치에 투자할 여력이 있는 라이더들에게 4스트로크 글러브가 탐이 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까.